애경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애경자산관리의 자금 조달 여력이 저하되고있는 모양새다. 표면적 지주사인 AK홀딩스,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애경그룹 재무구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애경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애경자산관리는 지난 4일 기준 AK홀딩스 주식 241만5431주를 담보로 NH농협은행(190만 주, 100억 원), BNK증권(51만5431주, 40억 원) 등으로부터 140억 원 규모 주담대를 받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NH농협은행과 BNK증권은 주가 하락에 대비해 각각 200%, 160%의 담보유지비율을 설정했다.
애경자산관리가 금융권에 담보로 맡긴 AK홀딩스 주식 평가액은 최근 AK홀딩스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대출금액*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다. 지난 18일 종가(1만990원) 기준으로 NH농협은행과의 대출 계약에서 애경자산관리가 담보로 제공한 AK홀딩스 주식 평가액은 208억8100만 원으로, '대출금액(100억 원)*담보유지비율(200%)'인 200억 원을 간신히 넘겼다. BNK증권에서 실행한 주담대는 이미 담보물 가치(56억6459만 원)가 '대출금(40억 원)*담보유지비율(160%)=64억 원' 이하로 떨어진 실정이다.
애경산업의 주가 하락도 애경자산관리의 주담대 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애경자산관리는 애경산업 주식 총 403만5611주를 담보로 잡아 여러 금융사들과 총 6건의 주담대 계약을 체결해 총 412억 원을 빌렸다. 이중 지난 18일 종가(1만3900원) 기준으로 담보 주식 평가액이 '대출금액*담보유지비율'보다 낮아진 계약은 3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채권자 신한투자증권, 담보유지비율 140%, 담보 애경산업 주식 수 90만 주, 대출금액*담보유지비율 140억 원, 담보 주식가치 125억1000만 원 ▲대신증권, 170%, 105만1525주, 170억 원, 146억1620만 원 ▲BNK증권, 140%, 53만6050주, 84억 원, 74억5109만 원 등 주담대 계약이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NH농협은행과 맺은 19억 원 규모 주담대(담보 가치 38억9200만 원, 대출금액*담보유지비율 38억 원), 하나증권과의 10억 원 규모 주담대(16억8240만 원, 16억 원)도 담보 주식 평가액과 대출금*담보유지비율간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 가치가 담보유지비율을 감안한 대출금보다 낮아질 경우 금융사는 채무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청하거나 대출금 중 일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할 시에는 담보물인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주가 약세가 장기화되면 주담대 계약 갱신 또는 신규 계약 시 금리나 담보유지비율 등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애경자산관리의 주담대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건 애경그룹의 전체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애경자산관리가 AK홀딩스, 애경산업 등 보유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주담대를 실행해 차입금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유동성이 부족한 계열사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애경자산관리의 대출 여력이 부족해지면 그룹 전반에 유동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9월 애경자산관리는 보유 애경산업 주식 114만7000주, 제주항공 주식 45만 주 등을 AK플라자(에이케이플라자)과 KB국민은행간 123억 원 규모 대출계약 연장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해당 주담대는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의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담보 주식 평가액(지난 18일 종가 기준 198억6730만 원)이 '대출금액*담보유지비율(150%)'인 184억5000만 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최근 애경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AK홀딩스, 애경산업에 대한 주가 부양 정책을 내놓은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은 19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하고 오는 2027년까지 배당 성향을 35% 이상(별도기준)으로 늘리고, 자사주를 지속 매입하는 등 주주 환원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AK홀딩스도 오는 2027년까지 코스피 평균 이상의 배당 수준을 목표로 주주 환원을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애경자산관리는 오너일가 2세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지난 5월 기준 지분율 49.17%),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1.69%), 채승석씨(11.66%), 채은정씨(11.02%), 故 채몽인 창업주의 부인인 장영신 회장(5.39%), 채형석 부회장의 장남인 채정균씨(1.08%) 등 애경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애경그룹의 실질적 지주사(AK홀딩스 지분 18.91% 보유 최대주주)로 평가되는 업체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