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역시 엘지'라는 LG전자의 명성이 미국 시장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한인사회 시사주간지 선데이저널은 지난 12일 '가전왕 LG의 굴욕, 냉장고 결함 줄이어 피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LG전자는 2020년, 2022년에 이어 2024년 또다시 미국에서 냉장고 결함 의혹 관련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렸다. 소송 배경은 모두 동일하다. LG전자가 만든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리니어 컴프레셔'(Linear compressor) 고장 문제다.
지난 11월 아르마 아머씨 등 미국 14개주 소재 소비자 47명은 LG전자 미국법인을 연방 소비자법 위반 혐의로 뉴저지 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이들은 "LG전자 냉장고에 장착된 리니어 컴프레셔 고장으로 냉장고 온도가 유지되지 않아 음식이 상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LG전자는 제품 결함을 인지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고, 고장 수리 등 적절한 보증(워런티)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소송장을 통해 주장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9일 해당 소송장을 송달받아 재판부에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해서도 과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전자 미국법인은 2020년 미국 소비자들이 리니어 컴프레셔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1대당 50~3500달러, 총 1150만 달러 규모 합의금을 지불하는 대신 제품 결함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LG전자 미국법인 측은 "냉장고의 결함은 없다. 어떠한 결함에 대해서도 부인한다. 하지만 추가 소송 비용을 방지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합의했다"는 입장을 냈다. 2022년 102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의 경우에는 원고 측이 올해 5월 소를 자진 취하하면서 종결됐다. LG전자 측이 원고 측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했을 공산이 크다고 추정된다는 게 앞선 선데이저널의 보도 내용이다. 다만, LG전자 측은 2022년 건의 경우 합의금 등 보상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LG전자 미국법인의 행보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불신을 심어주고 있는 눈치다. 미국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을 살펴보면 LG전자의 냉장고에 탑재된 리니어 컴프레셔의 고장 사례, 10년 무상 보증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등 내용이 담긴 글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차라리 버리고 새 제품을 사라', '리니어 컴프레셔 고장은 수리센터에 가도 제대로 고쳐주지 않는다', '한국 제품이 싸더라도 가전은 미국 제품을 사라' 등 원색적인 비난도 보인다.
아마도 결함을 인정하는 건 '가전은 역시 LG'를 앞세우고 있는 LG전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일 것이다. 막대한 물질적 손실도 예상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 신뢰, 그리고 그 신뢰에 기반한 제품 경쟁력 아닐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한국산 수입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세이프가드)을 펼친 게 자신의 업적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그러나 해당 정책이 시행된 후 당시 한국산 세탁기는 오히려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더 넓힐 수 있었다. 현지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결과였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