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계 건설업체인 비깅우데만(bygging uddemann)이 일부 국내 건설사들을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 신우개발, 에스폼 등과 소속 임직원을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스웨덴 정부도 나선 상태인 만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23일 비깅우데만 측이 공개한 자료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수원지방검찰청은 신우개발, 에스폼 등 8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8명을 추가 기소(사건번호 2024고단1119, 형제번호 2023형제60107)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같은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4명을 기소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동 사안과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등 3명을 기소(2023고단1405, 2023형제9632)한 바 있다. 이로써 이번 사건 피의자는 중복 기소된 자를 제외하고 총 12명으로 늘었다.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화면 캡처=뉴스사설 카지노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화면 캡처=뉴스드림

이번 기술 유출 의혹 사건의 시발점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깅우데만에 따르면 2017년 비깅우데만은 포스코이앤씨가 수행하는 울산 방파호안 공사 계약 체결 당시 후속 공사인 울산2-2 공사 현장에도 비깅우데만의 보유 기술인 '공장형 슬립폼 공법 및 이송장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이 같은 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울산2-2 공사를 울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수주했다.

이에 비깅우데만은 해당 기술에 대한 방법 명세서, 설계도면 등 자료를 포스코이앤씨 측에 제공했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자료를 받은 뒤 비깅우데만과의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비깅우데만의 주장이다. 또한 계약 해지 당시 비깅우데만은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해당 기술의 사용 금지를 요청했고, 포스코이앤씨도 이에 응했다는 게 비깅우데만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깅우데만은 이후 울산2-2 공사 현장에서 공장형 슬립폼 공법 및 이송장치 시스템과 유사한 제작장 등이 구축됐고, 포스코이앤씨의 공사 홍보 동영상에서도 해당 기술로 시공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깅우데만은 포스코이앤씨와 그 하청업체인 신우개발, 에스폼 등을 고소한 것이다.

비깅우데만 측은 "하청업체 직원들로부터 비깅우데만의 설계도면이 포스코이앤씨의 울산 2-2공구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통화내용을 확인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비깅우데만 도면을 사용한 증거가 확보됐다"며 "일부 피의자는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불법 사용은 다른 현장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비깅우데만의 주장이다.동부건설이 시행하는 새만금 신항 접안시설 1단계 축조공사에 신우개발 등이 공장형 슬립폼 시스템 공급·협력업체로 선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동부건설 측에 신우개발 등이 현재 영업비밀 침해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추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지만, 동부건설은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한 후 이들과 공사 진행을 강행했다는 게 비깅우데만의 설명이다.

비깅우데만 측은 "동부건설이 시행하는 새만금 신항 접안시설 1단계 축조공사에서 비깅우데만의 영업비밀을 재차 부정 사용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원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며 "새만금 신항 접안시설 공사에 대한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 후 재판부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 및 향후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신우개발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를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선정해 비깅우데만과의 법정 공방에 대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025년 1월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2-2 공사 현장에서 이미 비깅우데만 측이 제공한 기술 도면 등이 발견된 상황"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서 피고인들이 비깅우데만에 상당한 수준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화면 캡처=뉴스사설 카지노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화면 캡처=뉴스드림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계엄령 사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외신인도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웨덴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정상회담이 취소된 국가 중 하나다.

문제가 된 공장형 슬립폼 공법 및 이송장치 시스템은 대형 케이슨 이동 시 유압장치를 사용해 간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로, 세계에서 비깅우데만을 비롯해 2개 업체만 보유 중이다. 때문에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건설사들은 그간 비깅우데만에 막대한 기술 로열티 등을 지불해 왔다. 비깅우데만 입장에선 기술 유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가 갈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이에 스웨덴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주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 피고인들의 행위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깅우데만 측은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룩한 신뢰가 무너질 우려에 처했으며, 국내 사업의 지속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처했다"며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새로운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다. 타인이 피땀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불법으로 가로채 부정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는 강제로 제지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중단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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