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정치에서 숨을 수 없고 오히려 정치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숨을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전 세계 산업 분야로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정치와 선거에서까지 인공지능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AI 활용 분야 확대…정치권·선거 운동에서 사용 증가 추세
물론 정치와 선거에서 이용되는 인공지능 챗봇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해 객관성이 부족하고 편향적인 양상을 나타낸다든지 또는 잘못된 허위 정보를 유포해 유권자들을 오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와 선거에서도 인공지능의 사용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폐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정치가들과 선거 관계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확실한 홍보가 가능하고 판세를 뒤엎을 수도 있는 신흥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선거에서 인공지능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간의 토론에 인공지능 기반 챗봇이 참여해 세계 각국의 정치권은 물론 선거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해외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 제8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 벤틀리 헨젤(Bentley Hensel)은 현직 하원의원 돈 베이어(Don Beyer)가 초청을 거부한 후 이례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봇을 등장시켜 토론에 참여했다.
지난 10월 17일에는 벤틀리 헨젤과 또 다른 무소속 후보인 데이비드 케네디가 11월 선거를 앞두고 가상의 대역인 ‘돈봇(DonBot)’ 간의 토론이 열렸다.
직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벤틀리 헨젤은 돈 베이어가 공개 토론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공지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봇은 돈 베이어의 정책 견해에 대한 집중 교육을 받았고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성명서, 보도자료 및 캠페인 자료를 포함하여 사용 가능한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여 돈 베이어의 정책 입장을 나타내도록 교육받았다.
◆AI 선거 운동 활용 가속…혼탁한 선거 분위기 조성 우려도 제기
돈봇은 처음에 벤틀리 헨젤이 오픈AI의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했다. 하지만 토론 전에 그러나 논쟁이 있기 전에 벤틀리 헨젤은 클라우드플레어 워커(Cloudflare Workers)를 통해 봇을 오픈 소스 모델로 마이그레이션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정치적 이용을 이유로 벤틀리 헨젤의 계정을 차단했다.
벤틀리 헨젤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카말라 해리스 봇 토론을 만들 계획이라며 “누구나 두 후보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버지니아 하원의원 후보들 간의 토론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되었으며 일부 답변 중에 돈봇이 들리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벤틀리 헨젤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돈 베이어는 모두 기술과 혁신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이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추세다.
벤틀리 헨젤의 캠페인 웹사이트는 ‘연방 정부에 대한 기술 혁신과 투명성’을 가져와 모든 시민에게 더 효과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돈 베이어는 재임 기간 동안 이미 사고 위험에 대비해 인공지능 보안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 돈 베이어는 제안서에서 의회가 특히 정치 및 거버넌스 영역에서의 배치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후보자들은 암호화폐,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기술 관련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빅테크 기업과 정치 활동 위원회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입지를 강화시켜 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정치권과 선거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자칫 혼탁한 선거 분위기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2월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 선거 개입 방지를 위한 합의와 유럽연합이 기술 기업들에게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감지를 요구하고 나선 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