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고성능의 인공지능 기술의 출현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가장 강력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서 자국의 자원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에 대한 중국의 기술 투자를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놓고 두 강대국 사이에 긴장 관계가 크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AI 개발 규제…중화권 국가로 확대 강화
이처럼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대립의 여파가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에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외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립이 다른 국가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국과 유럽연합의 국회의원들은 미국의 규제 조치에 대응해 향후 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9일 백악관은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해 전체 또는 부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개의 행정 문서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해커들의 인공지능 사용에 따른 사이버 보안 취약점으로부터 미국의 인프라를 보호함으로써 금전적 보상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중국과 중국의 실효 지배를 받고 있는 홍콩, 마카오 등을 ‘우려 국가’로 정의했다.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국가 안보 기술과 제품을 다루는 부문에 대한 투자를 규제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및 양자 정보 기술 개발에 자주 사용되는 반도체가 포함된다. 이 부문들은 ‘국가의 군사, 정보, 감시 또는 사이버 지원 능력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간주했다.
문서에는 “이들 국가의 반도체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 기술 및 인공지능 기능의 급속한 발전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고 적시했다.
로이터 통신에 밝힌 바이든 행정부 관리의 발언에 따르면 현재는 위에 언급한 국가들에 대한 투자 규제가 문서에 포함됐지만 향후 다른 국가들이 추가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이미 중국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단속하고 있으며 미국산 서비스 와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접근도 단속하고 있다. 실례로 2022년 10월 미국 규제 당국은 고성능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이후 가용성을 더욱 제한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중국 정부 즉각 반발…AI 칩 제조 원자재 수출 통제 보복 조치
중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발끈하며 주미 중국 대사관 공식 채널을 통한 성명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투자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결정을 강력히 개탄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이러한 조치는 비즈니스 참여를 정치화하고 보안 개념을 지나치게 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노골적인 경제적 강압과 기술 괴롭힘이며 시장 경제와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이는 ‘탈세계화’라고 부르며 중국을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탈퇴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예의주시하며 자국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을 제한하는 미국의 이전 조치에 대응한 일종의 보복 조치로 인공지능 칩 제조 원자재의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관련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은 급기야 영국과 유럽연합 등 여타 국가 규제 당국의 반응도 촉발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월 10일 리시 수낙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백악관이 발표한 새로운 조치는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영국은 “일부 투자에 수반되는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조치를 지속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시 수낙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의 결정과 규제 조치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미국의 신규 규제 조치에 영국과 유럽연합 등이 이를 인정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자국의 국가 안보 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를 고려함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의 인공지능 규제 조치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유럽연합이 미국의 규제 조치를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들 국가의 중국에 대한 규제 동참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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