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사이트이 2024년 연결기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빅배스 영향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화면 캡처=뉴스드림
▲메이저사이트이 2024년 연결기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빅배스 영향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화면 캡처=뉴스드림

23년 만에 적자전환 소식을 알린 메이저사이트의 주가가 오히려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원전주·대북주 수혜 기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가까운 시일 내 IPO(기업공개)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2일 메이저사이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보고서를 공시하고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2조6944만 원, 영업손실 1조2209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3% 증가했으나,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7363억8056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메이저사이트 측은 "연결 자회사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영업손실로,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며 "순이익은 영업익 감소로 연결기준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사는 투자개발사업의 이익 실현 등으로 별도기준 세전익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연결 자회사'는 메이저사이트이 지분 38.62%(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약 1조2400억 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지난해 4분기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빅배스'(과거 또는 미래의 손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 기법)를 단행한 것이다.

메이저사이트이 연간 영업 적자를 낸 건 2001년 이후 처음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연간 손실을 기록한 건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양사 모두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네이버페이 증권 메이저사이트 종목 메인 화면 캡처=뉴스드림
▲네이버페이 증권 메이저사이트 종목 메인 화면 캡처=뉴스드림

그럼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메이저사이트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날 메이저사이트 주가는 전(前)거래일보다 9.00% 오른 2만845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아무리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국내 증시라지만, 조(兆)단위 적자 소식이 전해진 날 이 같은 상승세를 보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이는 메이저사이트이 원전주·대북주로 분류되는 업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취임사와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미국 에너지의 해방'을 언급하면서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 개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취재진 앞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나와 김정은은 매우 우호적이었고, 김정은은 나를 좋아했다. 내가 돌아온 걸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실제로 이날 메이저사이트의 주가 상승세를 이끈 건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령 사태 이후 19%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던 메이저사이트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말을 기점으로 반등, 지난 21일에는 19.65%까지 확대됐다. 메이저사이트 외에 원전주 또는 대북주로 평가되는 두산에너빌리티(8.62%), 아난티(6.37%) 등이 22일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해 힘을 더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재도전 가능성도 메이저사이트의 주가 급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분류되는 주우정 사장을 지난 연말 현대엔지니어링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그 직후 현대엔지니어링이 빅배스를 단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당장 상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모든 잠재적 손실을 털고 제대로 IPO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메이저사이트엔지니어링은 정의선 메이저사이트차그룹 회장이 지분 11.72%(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회사로, 메이저사이트차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의 키 중 하나로 분류된다. 메이저사이트엔지니어링이 높은 몸값을 받아 상장돼야 정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이저사이트엔지니어링은 2022년 초 기업공개에 나섰다가 수요예측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스스로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메이저사이트차그룹 차원에서 메이저사이트엔지니어링의 빅배스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아예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끌어올려서 IPO를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회사를 재정비하고 빠르면 향후 2~3년 안에, 건설업황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에 다시 상장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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