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민 ‘집중투표제’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을 막아달라는 영풍 측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 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통과돼도 이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수는 없게 됐다.
이번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해 12월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 수에 맞춰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주총의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고려아연 7명·MBK 14명 추천)으로, 고려아연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총 21개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이를 소수에게 몰아주거나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게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에 불똥이 떨어졌다. 의결권 지분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MBK·영풍 측의 지분율은 40.97%(의결권 46.7%)로 과반에 육박하는 데 반해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쳐도 34.24%(의결권 기준 39.16%)에 불과하다. MBK 측 추천 인사가 보다 많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MBK‧영풍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1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2명인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이 1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MBK‧영풍 연합이 추천한 인사들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면 이사회를 장악하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한편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다. [뉴스카지노 사이트]